2006년 08월 16일
리더의 자격 : "자네, 그 말썽 부리는 친구를 믿는가?"

새로운 팀을 맡은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여러 부서가 합쳐져서 만든 팀이어서 이전부터 잘 아는 친구들하고는 손발이 척척 맞았지만, 다른 부서로부터 온 새로운 팀원들과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죠. 겨우 6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팀원들간의 차이가 확연히 보입니다. 기대만큼 잘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 친구도 적지 않습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하며 고민하다가, 커피한잔 하러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잡아드는데, 마침 동기녀석 팀장이 걸어 나옵니다.
젬스 "야, 너희 팀원들은 일 잘하니?"
동기 "말~도 마라. 우리 팀 10명인데, 실제 일하는 건 나 포함해서 3명이야. 나머진 다 놀아"
젬스 "뭐? 그래도 일은 줘야되는거 아닌가…"
동기 "나도 처음에는 일을 줬었지"
젬스 "응"
동기 "근데, 일을 시키니까 오히려 방해되더라고. 마무리 내가 다하고…"
"그래서, 지금은 규격 공부만 시키고 일부러 일은 안주고 있지"
젬스 "그럼, 그 친구들은 배우는 것도 없고…"
동기 "야, 나 회의 들어가야 되거든"
커피를 뽑아 들고, 회의실로 들어갑니다.
'그래도, 저 팀보다는 우리 팀이 조금 낫구나' 하며 바닥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마침 옆실 팀장님께서 말을 거십니다. 6개월 전에 바로 제 팀장님이셨죠.
팀장님 "무슨 고민이라도…'
제임스 "아네~, 그게 요… 팀장하기 참 힘드네요."
팀장님 "하하 그래?"
제임스 "잘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 때문에 속상해서요"
팀장님 "내가 질문 하나 해도 될까?"
제임스 "네 그러세요"
팀장님 "자네, 그 말썽 부리는 친구들을 믿는가?"
제임스 "아니오~ 도무지 믿음이 안가죠"
팀장님 "그게 바로 원인이네"
제임스 "네?"
팀장님 "자네의 아이들은 자네의 기대보다 결코 잘 할 수 없지"
"이미 자네 마음속에는 그 친구에게 '실패'라는 딱지를 붙여 놓았기 때문이지"
제임스 "…"
팀원들을 만난 첫날이 생각납니다. 팀원들을 만나기 전에, 프로파일을 전달 받아 검토하고 있었죠. 거기에는 출신학교, 졸업학점, TOEIC점수, 고과점수 그런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음 이 녀석은 일 잘하겠는걸?'
'이 녀석은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녀석이 들어온 거지?'
이미 제 머리 속에는 그들을 만나보기도 전에 능력의 순서가 매겨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팀원들을 만나 악수를 건넸죠. 실제 얼굴과 개개인의 독특한 느낌, 품위, 자신감, 예절 이런 것들은 제 머릿속에 있는 능력의 순서를 약간 변화시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놀랄만한 변화는 별로 없었죠.
팀장님이 말씀해주신 '실패' 딱지라는 단어는 제가 프로파일을 받아보고 팀원들을 대면한 그 몇 시간 동안에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졌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말씀대로 저는 이미 결정했었나 봅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친구는 여기까지야' 하고 말이죠. 그리고 지난 6개월 동안 일을 팀원들에게 배분한 거죠.
'꼭 성공해야 되는 일은,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성공하면 좋은 일은, 반정도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성공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은, 믿을 수 없는 친구에게' 말이죠.
결과는 말입니다. 예상대로 이루어 졌습니다. 성공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은, 모두 실패였고, 성공하면 좋은 일도 흐지부지 되어버렸습니다. 제 예상은 정확했던 거죠. 하지만 팀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제 믿음 때문에 그런 결과가 이루어 진 거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런~ 다 제 잘못이군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팀장님이 저를 부드럽게 바라보고 계십니다.
제임스 "팀장님, 그럼 제가 믿음을 준다면 그 친구가 바뀐다는 말씀이신가요?"
팀장님 "물론이지. 그리고, 그 믿음은 진정한 믿음이어야 하네"
제임스 "진정한 믿음이요?"
팀장님 "설명할 수 는 없지만, 상대방은 내가 가식으로 대하는 지, 진심으로 대하는지 금새
알아차리더군. 마음속 깊이 그 친구를 믿을 수 있을 때까지는 일을 주어서는 안되네"
제임스 "진심어린 믿음이라고요…"
팀장님 "믿음이 생기면 아무리 작더라도 꼭 필요한 일을 주도록 하게.
그걸 성공 시키면 조금 더 큰일을 맡기고 말이지"
팀장님의 말씀이 모두가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팀장님이 돌아가신 후에, 팀장님께서 저한테 보여주셨던 행동이 생각났습니다. 지난 몇 년동안 팀장님은 저에게 그야말로 100%의 믿음을 주셨죠.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셨습니다. 심지어 제가 제 스스로를 100%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저는 할 수 있다고 믿으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바로 그 믿음 때문에,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며 기진 맥진해 쓰러져 있을 때도, 다시 일어서서 뛸 수 있었죠.
'이대로, 팀장님을 실망시켜 드릴 수는 없자나!'
그 이후 팀장님의 말씀대로 팀원들에게 믿음을 가지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수많은 실수를 연발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 녀석이 할 수 있을까?'라는 '실패' 딱지가 아닌 '결국은 잘 해낼 거야!' 라는 '성공'의 믿음을 갖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제 자신을 믿는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그런 일이었죠. 하지만 팀장님 말씀대로, 아무데도 쓸데 없을 것 같던 팀원들이 하나 둘씩 자신의 일을 완수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을 했죠. "역시!, 이제 조금 더 큰일을 해보자!." 그 믿음에 대한 노력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팀장님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습니다.
아 그리고, 팀장님이 말씀을 해주시지는 않았지만, 그 말썽 부리던 팀원들은 제게 선물을 하나 주었습니다. 제가 전달해 준 믿음보다 더 큰 믿음을 저에게 돌려주었거든요. 아마도 팀장님이 보너스로 남겨 두셨나 봐요. 이제야 믿음으로 똘똘 뭉친 한 팀이 된 기분이네요. 다음에 동기녀석 만나면 알려줘야 될텐데요…
# by | 2006/08/16 00:31 | 팀만들기 | 트랙백(14)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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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잊어야되는거잖아요...^^
아무튼 제임스님은 멋진 팀장님이신것 같습니다.
게다가 글자수 맞추시려고 젬스와 제임스로 바꿔주는 센스까지 말입니다.^^
물론.. 제 팀장님도 좋은 분이신것 같고요.
군대도 좋은 선임이 계속 늘어가듯.
세상도 좋은 선임들이 많이 늘어나서 전체적으로 좋은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물론.. 신입들은 변함없이 힘들어 한다고 해도 말이죠. ㅎㅎ
항상 전투력 100% 아니 200%를 발휘 할 수 있는 믿음!!
보기 좋습니다.
저 역시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없다고만 생각해왔는데...일단 믿음을 가져봐야겠습니다:-)
말못하는 거북이가 되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아, 어째 길용이가 생각나는군요. "형님 저 못믿으십니꺼~ 저 길룡이여라~"
저를 전폭적으로 믿어주시는 보쓰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마음이 가득가득.
그런 믿음속에 자란 일꾼이건만, 어찌하여 어린이들에게
100%의 믿음을 보내지 못하는지 반성해보는 글입니다.
멋지신 신념
부럽습니다.^ ^
넘 좋은 말이었습니다. 맘에 새겨놓겠습니다.
자신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남을 믿는 도박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리면서 자신의 피를 말리지요.
대단한 인격 수양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