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들고 길 건너는 세 자매


조금 늦게 회사에 출근하던 토요일이었습니다.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데 작은 건널목에 세 어린이가 길을 건너고 있습니다.  맨 앞에 초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누나가 앞서가고, 5살쯤 돼 보이는 남자 어린이 두 명이 따라 건넙니다.  근데, 셋이 모두 오른손을 높이 들고 길을 건넙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입니다.  세 남매가 얼마나 귀여워 보이는지.

손을 들고 길을 건너는 어린이들을 보면, 저는 늘 이런 질문이 하고 싶어집니다.

제임스 : "얘들아, 왜 손을 들고 건너니?"
어린이 : "학교에서 배웠어요!"
어린이 : "음... 선생님이 그러라고 하셨거든요"

편한 어린이를 만나면 한번 더 물어봅니다.

제임스 : "근데, 선생님은 왜 손을 들고 건너라고 하시는 거지?"
어린이 : "몰라요~ 그렇게 하래요"


사실 저한테 물어봐도 비슷하게 답했을 겁니다.

"수학은 왜 배우는 거니?"
"대학교는 왜 가는 거니?"
"취직은 왜 하는 거지?"
"생명보험은 왜 드는 거니?"

이런 질문에 저도 이렇게 답하고 있으니까요.

"그건 그냥 다 하는 거자나요?"

 

세상에는 3가지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는 룰을 만드는 사람,
하나는 룰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리고 룰을 깨는 사람이죠.

소프트웨어의 분야가 여러 가지듯이, 각 분야에서 요구 받는 역할도 여러 가지입니다.  저도 가끔씩 생각하곤 합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이 3가지 중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분야마다 복합적인 요소가 섞여서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일은 룰을 받아들이는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적어도 제가 .NET을 만들지도 Java 2.0을 만들어 내지는 않으니까요.

애석하게도, 소프트웨어를 이끌어 가는 미국의 문화는 룰을 깨는 사람들의 것인 것 같습니다.  Explorer가 나오면 Firefox가 나오고, Vista가 나오면 Leopard가 나오듯이 말이죠.

"꼭 왜 그렇게 해야 되는데?"

모든 것이 여기서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PS. 룰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것이 인화(人和)의 기본에 해당하는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에는 물론 변함 없습니다.  그리고, 룰에 대한 개념은 게리 해멀의 컨셉입니다.


<게리 해멀의 컨셉>

근본적으로 기업을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영국항공이나 제록스 같은 룰 메이커 (rule maker)들이다.  그들은 귀족 기업으로 잘 경영되고, 항상 높은 성과를 올린다.
둘째는 룰 테이커(rule taker)들로 스스로 원하지 않는 것만을 소유하는 농부들이다.  이들 그룹은 약 15 퍼센트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  복사기 사업에서의 코닥이나 에이비스(Avis) 렌터카를 예로 들 수 있다.
셋째는 산업 혁명가인 룰 브레이커(rule breaker)들이다.  이들은 커피 산업에서 스타벅스처럼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  기업은 누가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새로운 부를 거머쥐게 될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쉽게 말해 룰 테이커 기업은 법을 제정하는 현재 시장의 리더, 즉 룰 메이커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벤치마킹에 많은 시간을 헛되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성공하려면 룰 브레이커가 되어 산업을 재 창조해야 한다.

비즈니스 마인드 p108
톰 브라운, 스튜어트 크레이너, 데스 디어러브, 호르헤 나시멘토 로드리게즈

 

by 제임스 | 2006/08/14 00:25 | 메인스토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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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임스 at 2006/08/16 00:46
누가 그러더군요. 이 글에 리플달기가 좀 그렇다고... 하하
저도 예상은 했었는데, 제가 만든 생각이 아닌 것을 마치 제것처럼 말하는 것은 솔직한 일이 아닌것 같아서 첨부로 적었는데, 그게 좀 생소한 말이었던것 같네요. 하하

사실 리플이나 이오공감 이런것이 저한테는 감사한것 만큼 부담도 되다보니 그 부분은 괜찮지만, 읽다가 '헛~!' 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죄송한 기분이 듭니다.
Commented by 저공비행사 at 2006/08/16 02:02
저는 갑자기 블루오션전략이라는 책이 생각나는데요. 그 책에 의하면 블루오션을 행하는 사람들은 룰을 깨는 거죠. 기존의 생각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거잖아요. 예전에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파는이야기처럼요. 하지만, 결국 다시 룰 브레이커는 룰 메이커가 될것이고, 룰메이커들 사이에서 룰테이커가, 그리고 다시 그들 사이에서 룰 브레이커가 생겨나겠죠. 재미있는 문제군요.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6/08/16 23:58
샤린님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그 폭 넓으심에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
Commented by 독심호리™ at 2006/08/17 09:10
역시 쫒아가면 쫒기는 쪽은 그만큼 도망가니까, 생각을 전환해서 담을 뛰어넘던지 해서(불법적인 방법 말고요^^) 앞질러 가야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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