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8월 07일
아참, 거북이는 말을 못하지?

거북이 두 마리를 키우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물이 금방 더러워 집니다. 물 갈아주어야 겠어요. 화장실로 데려가 거북이들을 하나씩 들어서 세면대 위에 들어 놓습니다. 깨끗한 물을 틀어주고 목욕하라고 물 막는 손잡이를 올립니다. 근데 평소와 달리 손의 느낌이 조금 이상하군요.
'혹시 발이 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에이~ 그랬으면 울었겠지?' 하고는, 거북이 집청소를 하기 시작했죠.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에 세면대로 가서 거북이를 살펴보니, 이런! 거북이 한 녀석의 발이 살짝 끼어 있군요.
미안한 마음에 탓부터 합니다. "으이그, 소리를 내야지~!"
'아참, 거북이는 말을 못하지?'
오래 전 이야기네요.
사업 부장님께서 연구소에 오신 날이었죠. 회의실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번 '프리하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셨죠. 조직상의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좋은 뜻은 이해를 했지만, 연구소장님도 어려워 하던 시절이라, 입사한지 수년 만에 처음 뵙는 사업 부장님께 어떠한 문제점도 이야기를 드리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게다가 연구소장님도 자리에 계셨으니, 문제는 알고 있었지만 결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죠. 발이 끼어도 말할 수 없는 거북이가 바로 저였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제가 팀장의 역할을 합니다. 지금도 가끔씩 그 사업 부장님 생각이 납니다. 이전 조직에 비해 팀의 크기가 작아서, 팀원들을 더 잘 알 수는 있지만, 여전히 "누구 발 낀 사람 없나요?" 라는 질문에 "저 발 끼었어요!" 하는 팀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발이 끼어도 그냥 불편한 채로 아무 말 없이 성실하게 지내죠. 팀장의 문제일 수도 있고, 교육의 그리고 문화의 문제일 수 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건 우리 주변에 말 못하는 거북이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죠.
말 못하는 거북이는 자신의 불편을 동료나, 친구나, 혹은 블로그에 이야기 하기도 하죠. 저도 그랬거든요. 지금 상상해 보는 것이지만 그 때로 돌아가서 사업 부장님이 저 하나만 부르셔서 차 한잔 하면서 편안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했더라면 아마도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렸을 겁니다. 그리고 팀의 미래도, 저의 미래도 바뀌었겠죠.
팀원이신가요? 그 말 못하는 느낌 끝까지 기억하십시오. 팀장이 되실 때까지요.
팀장님이신가요? 주변에 발 낀 거북이의 몸부림을 지켜봐 주세요.
저도 늘 잊어먹지만 '거북이는 말을 못하거든요.'
PS. 아참, 그 사업 부장님은 참 유능하신 분이셨습니다. 그 당세대의 밝은 빛이셨답니다.
# by | 2006/08/07 00:58 | 팀만들기 | 트랙백(4)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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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할 때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이제서야 드리네요.
이 글을 읽고 생각난 것이 있어 트랙백하겠습니다.
아파서 숨이 넘어가도 눈만 깜빡일뿐, 아무말 할 수 없는 거북이처럼
뭔가 불합리해보여도 입 꾹 다물고 그저 자리만 지키는 보통사람들이 많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알아채는것, 그리고 그 거북이의 몸놀림을 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빨리 알아채주는것, 그런것들은 노력하면 되는거겠죠?
말 못하는 느낌 끝까지 기억하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렵니다.
월요일 아침, 한주를 시작하는데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아울러 링크신고도 합니다~ ^^*
하긴.. 그런 부분들을 이해해 주실수 있는 팀장님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가서 말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기억하겠습니다. 더 높아질때까지...
말을 못한다는건 거북이의 숙명일수도 있고, 성격일수도 있는데, 후자는 절대 개선되지 못하고, 속만 답답하게 남더군요. 저도 약간은 거북과.
사실 그런 표현이란 쉬운 것이 아니죠... 심지어 동기간에도 그런데 회사에서라면..
잘 읽고 갑니다. :)
밑엣 것들은 안 내려다 보는게 세상사는 법칙이라고도 하는 거 같더군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T-T
다행히 팀장님이 좋은 분이셔서 팀장님께 이것저것 말씀드릴수 있어서 다행인거죠.^^
이오공감 타고 왔습니다. 링크 신고할게요.
모두들 훌륭한 팀장이 되실테니까요 ^^ 고맙습니다.
처음뵙겠습니다.
링크 신고합니다..(__) (^^)
참.. 제가 거북이를 키우고 싶어했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 다시 생각이 났네요.
거북이 살 때,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간단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나저나 오늘은 날씨가 좋은 일요일이었던 것 같아요. 마무리 잘하시고요 셰바스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