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참, 거북이는 말을 못하지?


거북이 두 마리를 키우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물이 금방 더러워 집니다.  물 갈아주어야 겠어요.  화장실로 데려가 거북이들을 하나씩 들어서 세면대 위에 들어 놓습니다.  깨끗한 물을 틀어주고 목욕하라고 물 막는 손잡이를 올립니다.  근데 평소와 달리 손의 느낌이 조금 이상하군요.

'혹시 발이 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에이~ 그랬으면 울었겠지?' 하고는, 거북이 집청소를 하기 시작했죠.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에 세면대로 가서 거북이를 살펴보니, 이런! 거북이 한 녀석의 발이 살짝 끼어 있군요.

미안한 마음에 탓부터 합니다. "으이그, 소리를 내야지~!"

'아참, 거북이는 말을 못하지?'


오래 전 이야기네요.
사업 부장님께서 연구소에 오신 날이었죠.  회의실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번 '프리하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셨죠.  조직상의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좋은 뜻은 이해를 했지만, 연구소장님도 어려워 하던 시절이라, 입사한지 수년 만에 처음 뵙는 사업 부장님께 어떠한 문제점도 이야기를 드리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게다가 연구소장님도 자리에 계셨으니, 문제는 알고 있었지만 결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죠.  발이 끼어도 말할 수 없는 거북이가 바로 저였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제가 팀장의 역할을 합니다.  지금도 가끔씩 그 사업 부장님 생각이 납니다.  이전 조직에 비해 팀의 크기가 작아서, 팀원들을 더 잘 알 수는 있지만, 여전히 "누구 발 낀 사람 없나요?" 라는 질문에 "저 발 끼었어요!" 하는 팀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발이 끼어도 그냥 불편한 채로 아무 말 없이 성실하게 지내죠.  팀장의 문제일 수도 있고, 교육의 그리고 문화의 문제일 수 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건 우리 주변에 말 못하는 거북이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죠.

말 못하는 거북이는 자신의 불편을 동료나, 친구나, 혹은 블로그에 이야기 하기도 하죠.  저도 그랬거든요.  지금 상상해 보는 것이지만 그 때로 돌아가서 사업 부장님이 저 하나만 부르셔서 차 한잔 하면서 편안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했더라면 아마도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렸을 겁니다.  그리고 팀의 미래도, 저의 미래도 바뀌었겠죠.

팀원이신가요?   그 말 못하는 느낌 끝까지 기억하십시오.  팀장이 되실 때까지요.
팀장님이신가요?   주변에 발 낀 거북이의 몸부림을 지켜봐 주세요.

저도 늘 잊어먹지만 '거북이는 말을 못하거든요.'

 


PS. 아참, 그 사업 부장님은 참 유능하신 분이셨습니다.  그 당세대의 밝은 빛이셨답니다.

 

by 제임스 | 2006/08/07 00:58 | 팀만들기 | 트랙백(4) | 덧글(24)

Tracked from NoSyu의 주저리 주저리 at 2006/08/07 09:11

제목 : 팀원은 기억해야한다.
제가 링크한 블로그 중 '제임스'씨의'소프트웨어 이야기'라는 곳이 있습니다.오늘 글이 하나 올라와 있어 읽어보았습니다.'아참, 거북이는 말을 못하지?'거북이는 당연히 말을 못하는데,그걸 왜 새삼스레 얘기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하지만 글을 읽으니 이해가 갔습니다. 밑에서 위로 얘기하는건 예나 지금이나 힘든가봅니다.여기에 밑의 사람이 용기있게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제임스씨의 말처럼 기억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more

Tracked from Gate to the .. at 2006/08/07 15:18

제목 : 거북이.가 된 오늘.
아참, 거북이는 말을 못하지? 너무 맘에 와닿는 글이라 이렇게 트랙백 했습니다. 네. 거북이는 말을 못하지요. 사실 오늘 저도 그런 경우가 있었답니다. 아래 포스팅한 바와 같이 9일에 SNA 에서 기다리던 마에스트로의 공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 상무님. 팀장님과 함께 가야하는 출장이 있구요. 그런데 오늘 가자......more

Tracked from 이오공감의 흔적 at 2006/08/08 11:42

제목 : 2006년 8월 8일 이오공감
블로그 패턴  by 말짜이글루스 블로그를 시작한 지 햇수로 2년, 정확히 1년 8개월쯤 된다. 처음에 이 곳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는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교류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미국 비자발급 인터뷰에 대한 아니꼬움  by 여우비오늘, 드디어 비자 인터뷰를 끝냈다. 마치 앓던 이를 뽑은 것처럼 시원하고, 너무 금방 끝나버려서 허무하다. 내가 2분도 안되는 이 절차를 위해 그렇게 오래 이런저런 서류를...인생의 여름  by 미리내동갑내기 이종사촌 녀석은 제주도에서 전경으로 근무중이다. 지난 주에 휴가 나왔......more

Tracked from Cause you ma.. at 2006/08/08 21:11

제목 : ... 거북이와 관련된 말못할 사연.
아참, 거북이는 말을 못하지? 거북이.. 라고하니까 생각나서 포스팅.. ... 아, 생각만해도 포스팅하기가 민망하다(...) 초등학교 4학년때쯤? 아니; 아파트 살때니까 3학년이나 2학년이겠다. 하여간, 아파트살면서 조그만 청거북이를 키운적이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해도 이천에 살던 사......more

Commented by 친절어린이 at 2006/08/07 04:06
거북이에 빗대어 표현하니..왠지 부드러워지고 더 따뜻하게 다가오네요~^^
Commented by NoSyu at 2006/08/07 08:44
반갑습니다. 예전에 링크를 하여 밸리를 타고 왔습니다.
링크 할 때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이제서야 드리네요.
이 글을 읽고 생각난 것이 있어 트랙백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션☆ at 2006/08/07 08:57
아, 발이 낀 말못하는 거북이!! 가슴에 와닿는 알기쉬운 비유이십니다.
아파서 숨이 넘어가도 눈만 깜빡일뿐, 아무말 할 수 없는 거북이처럼
뭔가 불합리해보여도 입 꾹 다물고 그저 자리만 지키는 보통사람들이 많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알아채는것, 그리고 그 거북이의 몸놀림을 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빨리 알아채주는것, 그런것들은 노력하면 되는거겠죠?
말 못하는 느낌 끝까지 기억하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렵니다.
월요일 아침, 한주를 시작하는데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아울러 링크신고도 합니다~ ^^*
Commented by 유즈미 at 2006/08/07 10:10
이제 곧 일을 시작하게 되는 입장이지만, 과연 1:1의 상황에서도 말을 잘 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생깁니다. 팀장이 아닌 막내고 다들 석산데 학사로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라 더더욱 가만히 있을것 같아요.
하긴.. 그런 부분들을 이해해 주실수 있는 팀장님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가서 말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기억하겠습니다. 더 높아질때까지...
Commented by skalsy85 at 2006/08/07 13:47
허락없이 링크하여 벌써 몇번을 글만 보고 지나갔었는데.. 이글은. 특히나. 참.. 마음에 와닿는 글입니다. 얼마전 겨우 대리 달았지만. 여전히 새까만 팀원.인지라 윗분들의 말씀이나. 팀장님의 말 한마디에 그날 기분이 좌우되기도 한답니다.. 지금 말 못하거나 서운했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갔다가. 나중에 제가 그 자리에 올라가면 꼭.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 좋겠어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Commented by 저공비행사 at 2006/08/07 17:53
권력자라 말을 함부로 못하겠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야 뭐 어떻게되든 알바없지만, 제가 연구소장님과 담소를 나누다가, 그 담소로 인해 야기될수 있는 문제가 있을수 있게되면, 그럼 문제가 생기는거겠지요. 그래서 권력자라는 존재가 가끔은 외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6/08/07 18:40
아침에 먹이주는데 물이 또 더러워 졌더군요. 이넘들~ 얼른 가서 물갈아주고 먹이 뜸뿍 주어야 겠습니다. 하하 ^^
Commented by 파벨 at 2006/08/08 12:18
아 지금 상황에서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팀원입장이지만 겁없는 녀석이라 비교적 함부로 말하는 편이지만요.. ^^;
Commented by 措大 at 2006/08/08 12:40
읽다보니, 공감 갔습니다.

말을 못한다는건 거북이의 숙명일수도 있고, 성격일수도 있는데, 후자는 절대 개선되지 못하고, 속만 답답하게 남더군요. 저도 약간은 거북과.
Commented by 빙♡ at 2006/08/08 13:27
표현이 정말 와닿는 글이네요.
사실 그런 표현이란 쉬운 것이 아니죠... 심지어 동기간에도 그런데 회사에서라면..
잘 읽고 갑니다. :)
Commented by JOSH at 2006/08/08 14:37
빛에 있는 사람은 어둠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죠(많죠...)
밑엣 것들은 안 내려다 보는게 세상사는 법칙이라고도 하는 거 같더군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T-T
Commented by Paromix at 2006/08/08 14:56
머리로는 이해가가지만.. 그래도 막상 높은 분들께 발끼었다고 말하려면 잘 안되더라구요..^^
다행히 팀장님이 좋은 분이셔서 팀장님께 이것저것 말씀드릴수 있어서 다행인거죠.^^
Commented by 저공비행사 at 2006/08/08 16:01
어멋, 이오공감 축하드립니다. 제임스님. 꺄, 너무 이오공감 벌써 몇번째입니까? 신기록 세우세요 쿠쿡..
Commented by RobiN at 2006/08/08 19:15
글에서부터 따뜻한 분이시라는게 느껴져요:] 이오공감 타고 와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하루 at 2006/08/08 20:36
저는 현재 군복무 중인 의경인데, 이 글이 와닿는 것이 어색하지 않겠지요^^? 다음 달이면, 상경 입니다. 저도 후임들 중에 '발이 낀 녀석'이 없는지 물어봐야겠네요. 말못하는 거북이들이 사고내기 일쑤인 군대라서…… 하긴 생각해보면 원래 말을 못하는건지, 말을 못하게 만든건지 모를 일이네요^^;
Commented by 떠돌 at 2006/08/08 23:14
멋지네요. 더욱더 멋진 상사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Frozenblue at 2006/08/09 00:52
와아. 소프트한 소프트웨어 이야기로군요...
이오공감 타고 왔습니다. 링크 신고할게요.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6/08/09 01:10
좋은 덧글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참 밝은 것 같아요.
모두들 훌륭한 팀장이 되실테니까요 ^^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하얀Jealousy at 2006/08/09 02:40
저도 거북이를 키우는지라 낼름 왔더니 좋은 말씀 듣게되네요.
Commented by 츠첸 at 2006/08/09 08:24
중요하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문제에요. 좋은 글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Hibis at 2006/08/09 10:39
저는 양서류의 일종인 맹꽁이를 키우고 있는지라 거북이 발 끼이는 것에 공감해 버렸습니다(도대체 본문과 1만광년 떨어진 덧글...)
Commented by 정시퇴근 at 2006/11/30 17:26
아아........여기와서 글을 읽는데 왜 더 환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은 무얼까요?.............

처음뵙겠습니다.

링크 신고합니다..(__) (^^)
Commented by 세바스찬 at 2009/05/09 22:09
안녕하세요~종종 방문해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참.. 제가 거북이를 키우고 싶어했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 다시 생각이 났네요.
거북이 살 때,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간단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9/05/11 00:00
하하. 일상적으로 파는 거북이는 남미에서 온 녀석들이라 워낙 튼튼하다고 하더군요. 눈병만 조심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물을 자주 갈아주라는 이야기고요.
그나저나 오늘은 날씨가 좋은 일요일이었던 것 같아요. 마무리 잘하시고요 셰바스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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