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한계를 이해하기


S소장님은 현재 연구소를 이끌고 계십니다.
머리도 좋으시고, 좋은 대학/대학원도 나오셔서
자신의 분야인 하드웨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이시죠.
그 동안 하드웨어 팀장을 하시면서 잘 해오셨는데,
연구소에는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도 있기 때문에 요즘 들어 어려움을 느끼십니다.

"소장님, 요즘 힘들어 보이시네요. 무슨 문제라도?"
"소프트웨어 때문에 힘들어요"
"소프트웨어가 잘 안되나요?"
"그런 건 아니고… 제가 하드웨어는 아는데, 소프트웨어는 전혀 모르자 나요.
하드웨어라면 방향도 제시하고,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소프트웨어는 잘 모르니, 그런 부분이 많이 답답하죠.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프트웨어 팀장을 믿고, 맡기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죠.
모든 일이 문제없이 잘 되면 좋지만, 문제가 생기면 참 어려워요.
제가 뭘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밤이라도 샐 텐데 말이죠.
문제가 뭐라고 설명해주는데, 솔직히 못 알아 듣는 것이 태반이니,
그저 스스로에게 '믿어야 해'를 반복하면 기다릴 뿐이죠.
마치 도를 닦는 기분입니다."
"도라… 딱 맞는 표현인데요. 하하"

"요즘 같이 평가철이 되면 더 어려워지죠.
하드웨어 팀이야, 손바닥 보듯이 누가 일 잘하는지 훤히 보이지만,
소프트웨어 팀은 누가 일을 잘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다들 컴퓨터 앞에는 앉아 있지만, 사실 제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침에 일찍오고, 인사 잘하고, 뭐 물어봤을 때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친구들이 믿음직스럽죠.
옷도 깔끔하게 입고, 책상도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일도 잘 할거라고 생각이 들고요."
"그렇죠, 하하. 제가 하드웨어 팀을 봐도 그렇게 밖에는 안보입니다.
축구 잘하는 친구가 일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건 엉터리겠죠?"
"하하"

S소장님같이 똑똑한 분이 이렇게 한계를 느끼시는 것을 보면,
일반적인 능력은 가지고 있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기술에 대해 잘 모르시는 관리부 분들이나, 영업을 담당하는 분들,
또 사장님을 포함한 높으신 분들이 왜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시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눈에 보이는 출퇴근을 관리하고, 휴가를 통제하고, 복장을 중요시 하고, 메신저를 못하게 하고, 특정 웹을 못 보게 하며, 매주 진행 보고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말입니다.
(사실 이런 것은 중요하죠. 이런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닐 뿐이죠)
아마도 이런 우리의 모습은,
진정으로 중요한 내부를 볼 수 없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두려움일 겁니다.



세상이 너무 복잡해지다 보니
누구나 자기 분야를 조금만 벗어나면
바보가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훌륭하게 이끌고 계시는 리더 분들을 보면
조금은 바보스러운 모습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정한 현명한 분들의 마음 자세가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을 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by 제임스 | 2008/07/28 00:54 | 메인스토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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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ironyjk's me.. at 2008/07/28 18:27

제목 : iron의 생각
아침에 일찍오고, 인사 잘하고, 뭐 물어봤을 때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친구들이 믿음직스럽죠. 옷도 깔끔하게 입고, 책상도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일도 잘 할거라고 생각이 들고요....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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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친절어린이 at 2008/07/28 08:45
축구 잘하는 친구가 일도 잘할 것 같다 ->이거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실제로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를 인정하고, 믿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7/29 07:52
제 생각이 엉터리인게 맞군요. 하하. 네 맞습니다.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언제쯤이나 그런 혜안과 용기가 생기려는지... ^^
Commented at 2008/07/28 16: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7/29 08:06
상황을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시기를 바랄께요.
살다보면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어려움을 극복하면 한단계 더 성숙해 지더라고요.
그나저나, 우리는 행복하려고 일하는 것인데... 참으로 ^^
기운 내시고요... sk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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