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커뮤니티


저희 한 클라이언트를 방문하는 길입니다.
이 기업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조금 오래 전에 만들어진 공단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방문하던 날, 참으로 놀랐는데, 그건 좁은 길 때문이었습니다.
도로는 모두 양방향이었는데, 길은 한대가 겨우 지나 갈 수 있는 폭이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 수많은 골목길들은 거미줄 같이 연결되어 있었죠.

'이런, 이 길로 가다가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어떡하지?'

아니나 다를까,
좁은 길을 들어서자 마자 반대편에서 파란 1톤 트럭이 저를 발견하고 멈춥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되지?' 하며 머뭇거리고 있는데,
트럭 기사 아저씨께서 순식간에 후진을 하시더니 다음 골목길까지 차를 빼주셨습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어리둥절하며, 감사의 인사도 못하고 앞으로 차를 진행시켰죠.
백미러를 보니, 트럭 아저씨는 빠른 속도로 골목길을 빠져 나가고 계십니다.

그렇게 300여 미터를 가는 동안, 3대의 차와 마주치게 되었지만
모두 순식간에 길을 비켜 주셔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쉽게 그 좁은 길을 빠져 나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또 그 곳을 방문했을 때도 똑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마주친 모든 분들이 먼저 길을 비켜 주셨죠.
제가 비켜주는 것이 예의인 것 같은 경우에도 말이죠.
아마도 저의 행동이 느려서 그러셨을 겁니다.

그렇게 몇 번의 방문이 이어지다 보니, 이제 저도 익숙해 집니다.
처음으로 제가 먼저 비켜드리는 일도 생기게 되었죠.
마치 이 골목길 커뮤니티 멤버가 된 기분이 듭니다.



지금도 이 골목길은 참 독특한 느낌으로 남아있습니다.

도로가 매우 열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길이 막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죠.
그건 골목길 멤버들이 먼저 양보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요.
참으로 열악한 하드웨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운영하는 분들에 의해서 이렇게 좋아질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분 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누가 비켜주나'는 중요하지 않은 듯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빨리 지나갈 수 있는가'가 중요할 뿐이었죠.


이런 일들은 소프트웨어 협업을 하면서도 수없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협력해야 하는 접점은 마치 골목길 같은 느낌이죠.
설계를 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됩니다.
어느 한쪽에서 수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이 때 팀의 문화가 참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팀에서는 '누가' 수정하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되죠.
'이번엔 내가 고쳤으니 다음에는 그쪽이 고치세요.'
'우리 쪽은 이런 이유 때문에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그쪽이 수정을 해야 해요.'
'왜 맨날 우리가 고쳐야 하죠?'
경험상 이런 자존심 싸움은 마음을 상하게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정치적으로 만들어 버리곤 합니다.
엔지니어로서는 별로 재미 없는 상황이죠.

한편, 어떤 팀에선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혹은 효율적으로' 고칠 수 있는가가 관심사이죠.
'누가' 고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이 올바르고 효율적인가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듣고, 이야기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올바르고, 효율적인 것이 이기는 환경,
바로 엔지니어가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그 골목길 커뮤니티가 아직까지도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또 한번 찾아 가야겠습니다. 하하.

by 제임스 | 2008/05/25 23:47 | 메인스토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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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once pop you.. at 2008/05/28 11:21

제목 : 조직문제발생시 그 해결과 책임
골목길 커뮤니티James님의 멋진 글.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누가'보다는 '어떻게'가 더욱 중요하다. 읽고나서 든 생각 허접하게나마 메모;;어떤 문제가 잘못됐을 때, 그 문제를 발생시킨 주체A가 있을 것이고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주체B가 있을 것이다. ......more

Linked at sosa0sa.com &ra.. at 2008/05/28 22:12

... it is not the end. Home Archives Links 28 May 쉽지 않은 문제 Posted by cychong in note. 골목길 커뮤니티 분명 “누가” 고치느냐 보다는 “어떻게 잘” 고치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사람들로 하여금 저런 건설 ... more

Commented by 옷장수 at 2008/05/26 09:39
아침부터 제임스 님의 좋은글 읽었습니다. ^^
올바르고, 효율적인 것이 이기는 환경을 만들기 전에 서로 양보를하고 이해를 해주는 그런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겠네요.
Commented by kkamagui at 2008/05/26 12:5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양보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알지만, 수정하게되면 그에 대한 "책임"도 같이 지게 되어 서로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모두 같이 해결하는 마인드를 가지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
Commented by 구루마루 at 2008/05/26 13:39
오늘도 좋은 글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

저희 사무실 분위기가 말씀하신 '누가'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발뺌하다가 결국 짬밥 부족한 부분에 몰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되어 버리면 문제점을 해결한다기 보다는 문제점을 덮어버리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말이죠. 다들 바쁘셔서 그렇겠지만 좀더 진지하게 문제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레인블루 at 2008/05/26 17:46
오늘도 한수 배웠습니다..
Commented by 아치븐 at 2008/05/26 21:27
감동입니다.

저부터 고쳐야겠습니다.

글 좀 옮겨가겠습니다.
Commented by epiphany at 2008/05/27 01:42
감동입니다. 더욱 더 노력할겁니다. =D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5/27 22:46
옷장수님// 네, 그런가 봅니다. 사람들의 생각이란 무게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무척 무거운 그런 것 같아요. 화니에게 옷장수님의 팀도 꽤 괜찮은 팀이라고 듣고 있답니다.

kkamagui님// kkamagui님 말씀 같지 않을 걸요. 일은 찾아가면서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제가 또 틀렸나 봅니다. 하긴, 애정이 없는 일에는 말씀같이 그럴 수 도 있죠. 그래서 자신의 일을 좋아할 수 있는 것은 참 행운인 것 같아요.

구루마루님// 칭찬은 과하시고, 사무실 분위기는 안타깝네요. 저도 그런 상황을 가끔씩 경험하곤 하는데, 참 일이 재미없어지죠. 상황을 바꿀 수 없는 상태에서 뭘 할 수 있을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 느낌을 기억하고, 힘이 생겼을 때, 세상을 바꾸는 것 밖에는... ^^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5/27 22:47
레인블루님// 네, 고맙습니다. 여전히 책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계속이시네요. 좋습니다.

아치븐님// 네, 고맙습니다. 아치븐님

epiphany님// epiphany가 그런 뜻이었군요. 하나 배웠습니다. 열정이 넘치시는 분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Commented by terioops at 2008/05/28 11:23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트랙백도 신고합니다^^)
Commented by 나르샤 at 2008/06/01 00:52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것 같아요 ㅠㅠ;;

그리고 또 사실 골목길 문화는, 그 골목길로 초보 운전자가 하나 들어오는 순간 갑자기 교통의 흐름이 꼬여버린다는 문제점이 있죠...

제 생각은, 그런 문화를 위해선 그 구성원들에게 적어도 일정 수준의 실력은 요구하는 것 같아요..
얼마전에 동아리 동기 하나가 안타깝게도 탈퇴를 결정했는데, 그 이유가 모두들 한가지씩 하는데, 막상 자기는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구해도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구요..ㅠㅠ;; 구성원 모두모두가 '제가..제가..'하고 자원을 하더라도, 그 와중에 또 소외되는 이는 없는지 살피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책무인가봐요 ㅎㅎ
Commented by loondark at 2008/06/01 14:55
어느 기사인지 글에서 본 얘기인데, 한국인은 특유의 책임감으로 인해서 문제를 밖으로 노출이 잘안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문제가 가시적으로 안보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됨이 없이 발전하여 큰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하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이야기로 다른 결론을 지어지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즐거운 하루보내세요^^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6/04 12:36
terioops님// 네, 감사합니다. 비가 와서 기분이 좋네요.

나르샤님// 네, 그런 것 같아요. 사실 경영이나 리드라는 것이 알고 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답도 없고, 매우 어려운 것인 것 같아요.

물론 하드웨어도 좋고 소프트웨어도 좋으면 최상이죠. 그 다음이 하드웨어는 열악하나 소프트웨어가 훌륭한 것이 좋은 것 같다 정도 일까요. 많은 기업과 팀들이 좋은 하드웨어와 그에 버금가지 못하는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요.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차차 좋아지겠죠.

Loondark님// 아, 그러한 문제도 있네요. 역시 철학을 공부하셔서 양면을 잘 보시나 봅니다. 맞아요. 미국 문화의 경우에는 불만이나 개선, 요구사항들이 쉽게 표출되는 반면, 우리는 인화를 위해서 내가 참고 견디며 알아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리더들이 그걸 인식하고 열심히 물으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YUZI at 2008/06/19 23:53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요사이에는, 젬스님 포스트에 글쓰기가 어렵네요~ 그냥 끄덕거리면서 읽게만 되네요 음...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6/25 12:49
굿모닝입니다. YUZI님.
저도 제 블로그 오기가 참 힘드네요 ^^ 하하. 따뜻한 여름날에 잘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항상 즐겁우며, 행복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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