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용기의 선물


(비 오는 날에 어울릴만한 이야기입니다.)

벌써 9개월 전이네요.
4년을 함께한 후배가 팀을 떠나는 때였습니다.
저희 팀에서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인지,
사람을 보낸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신입으로 시작해서, 이제 겨우 일어서려고 하는 순간인데, 상황이 이해가 안되기도 하고,
얼마 전에 노트북도 새로 사주고, 자동차 보험도 나이 낮추어 해줬는데 하는 서운함도 듭니다.
하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요.
사람을 보낸다는 것은 이런 저런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인가 봅니다.

그렇게, 그 후배가 떠났습니다.

남기고 간 뒷감당도 해야 하고,
가끔씩 빈자리도 느끼고 하지만,
제일 어려운 것은 새로운 후배를 맞이하는 마음입니다.

새롭게 만난 후배에게,
떠난 후배에게 준 첫날의 사랑만큼, 순수한 관심과 애정을 주어야 하니까요.
이번엔,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채로 말이죠.

'바보같이' 말입니다.
참으로, '바보같이' 말입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작은 상처와 더불어 수많은 복을 받은 것 같아요.
그게다 바보 같은 용기의 선물이었을 겁니다.



PS.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저에게 떠나는 것은 참 쉬운 일이었는데...
돌아보니, 남아있었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by 제임스 | 2008/05/06 21:27 | 메인스토리 | 트랙백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jamestic.egloos.com/tb/187757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Paromix at 2008/05/06 22:42
언젠가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날수도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해야할 것 같네요. 새로운 후배님의 미래도 기대되고 말이에요.^^
Commented by ☆션☆ at 2008/05/06 23:09
저희 보쓰도 요즘 제임스님과 같은 마음이실꺼에요.
많이 우울해 하시네요. ㅡ_ㅡ;;;
저야 뭐 보쓰의 여러 직원중 한사람일 뿐이고
여전히 남아있는 자이다 보니, 제 맘은 보쓰의 맘의 1/10도 못따라 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조금은 섭섭하고, 경력직이 싹 빠져 나가고 나니
어설픈 어린이들만 데리고 앞으로 돌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고요.

사실 보쓰는 직원을 위해 많은 편의를 고려했는데
언제나 받는 사람은 그걸 고마워 할줄 몰랐죠. 뭐.
아니, 처음엔 고마워 하다가 나중엔 당연하게 생각하고요.
물론 저도 그런사람이라 남 탓 할 자격도 없는 사람임이 당연하고요.

하지만, 현실에서 누리는 작은 배려와 고마운 일들에 감사할 줄 모르고
끊임없이 투덜대기만 하면 스스로 행복을 버리는 일이 된다는걸
요즘 부쩍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사람이 난자리,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데
오히려 그사람이 너무 한자리에 머물기 때문에
번번히 시도해도 불발로 끝나던 분위기 쇄신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떠난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서운함, 그리고 못다전한 저의 배려와 마음이
못내 아쉽기만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또 잘 견뎌내고 잘 버티잖아요!

몸이 가벼워지면 달릴때 속도가 더 날 수 있으니
한사람 빠졌다는게 바퀴 하나 빠지는 걸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연비가 좋아질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하지만 떠날때, 뒷수습은 잘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게...
솔직한 마음이네요....
미진한 뒷처리 덕분에 쪼끔 힘들어요. 헤헤헷~~~

내일은 주변사람을 섭섭하게 하지 않도록 신경쓰며 하루를 살아보렵니다! ^^
Commented by Flow at 2008/05/07 22:40
오랜만에 리플 답니다! 넘 오랜만이라 죄송하네요~^^

그런데 정말이지 항상 "사람" 때문에 기쁘고, "사람" 때문에 슬프네요.
항상 기쁘고만 싶은 건 지나친 욕심인가요? ㅎㅎ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5/08 19:07
Paromix님// 그러게요. 누군가를 충분히 이해하고, 진심으로 용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하는 수 밖에요. Paromix님이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요. 하하

션님// 맞아요. 위기하고 기회는 똑 같은 거라고 하죠. 항상 좋은 일만 오는 것도, 항상 나쁜 일만 오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나쁜 것 같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으니 말입니다. 션님 같이 마음을 어떻게 잡고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열정이 가득한 션님은 이 작은 위기를 기회로 충분히 만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일만 하지 마시고 끝자락의 봄 또한 충분히 즐기시고요. ^^

Flow님// 네, 정말 오랜 만이네요. Flow님. 죄송은요. 저도 제 블로그에 가끔씩 오곤 한답니다. 하하. 네, 맞아요. 항상 기쁘려고만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죠. 아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진정한 인간관계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면서 정이 깊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
Commented by loondark at 2008/06/01 14:49
「한 번뿐인 내인생, 이렇게 살고 싶다」이라는 책을 우연히 -어떤 상식없는 자식이 제 관물대에 놓고 도망가버리는- 읽었는데, 그 책에서 ‘소유’ 가 아닌 ‘존재’ 로 받아드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자 친구를 소유가 아닌 존재함으로써 받아드린다면, 집착을 안할수 있는 좋은 방법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해어져도 “그녀가 있어서 좋았다.” 로 끝낼수도 있으니깐요.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6/04 12:39
훌륭한데요. 소유와 존재... 역시 핵심은 간단합니다. 문제라면 현실에서 그걸 하려면 참 많은 용기와지혜, 그리고 믿음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