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과 소프트웨어


목요일 오후 5시,
학의천 바람을 맞으며, 후배 들과 함께 5키로 마라톤 연습을 합니다.
말이 연습이지, 두 팀으로 나누어 기록 경기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록을 1초라도 앞당겨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랍니다.

마라톤을 처음 했던 4년 전에는 조금만 열심히 해도 몇 십 초를 줄이는 일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단 1초를 당기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오히려 자신의 이전기록을 지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되버리죠.

그렇게 천변에 펼쳐진 길을 따라 힘차게 달려갑니다.
바람을 맞으며,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에 웃음이 나옵니다.
"이런~ 또 내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뛰고 있다니... 하하"


마라톤을 처음 뛰어 보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것을 느끼죠. 하지만, 다음에 뛰면 좋아집니다.
심장이 힘들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다음에 뛰면 좋아집니다.
다리에 힘이 없어 벌벌 떨리기도 하죠.
무릎도 아프고, 배도 아픕니다.
어깨도 아프고, 등도 아파옵니다.

하지만, 다음에 뛰면 조금씩 좋아지죠.
매번 자신의 한계를 느끼지만, 그 한계가 조금씩 넓혀짐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한계는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천천히 해도 되잖아'
이런 마음이 들 때 마다, 포기할 수도 있지만,
포기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기에,
그리고 그 것은 제 자신의 한계와의 경쟁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힘든 때를 넘기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마라톤을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운동이라고 하나 봅니다.

"그치만, 정말 힘들어요. 하하."



소프트웨어를 하다 보면,
꼭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주 쉬운 한계죠.
사실, 그건 선배들이 보는 시각이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한계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사람은 선배들에게 물어보는 쉬운 길을 택합니다.
어떤 사람은 스스로 공부를 하며 풀어나가는 어려운 길을 택합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수도 하지만, 결국은 그 한계를 넘어가는 길을 발견하게 되죠.

물어보는 것은 매우 훌륭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는 그 능력이 방해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넘어야 할 한계이기 때문에, 결국은 스스로 넘어야 하는 것이죠.
선배의 조언이란 셰르파와 같아서 일정 지점까지만 유용할 뿐이니까요.

그렇게 한계를 하나씩, 하나씩 넘어가면서
전문가라는 이름을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새로 부딪힌 한계에 대해서 도움을 줄 사람이 주변에 없어지게 되죠.
아무리 돌아보아도 물어볼 사람이 없는 상황, 외롭습니다.

그 한계를 넘어설 사람은 결국,
나 자신 밖에는 없는 거죠.

소프트웨어 또한 결국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넓혀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창 밖의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에 웃음이 나올 것 같네요.
"이런, 또 이렇게 어려운 규격을 보고 있다니... 하하"


그나저나, 파란 하늘은 언제보아도 참 좋아요.

by 제임스 | 2008/04/17 00:36 | 메인스토리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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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eslife's me2.. at 2008/04/17 08:44

제목 : 사진찍는프로그래머의 생각
마라톤과 소프트웨어 늘 좋은 글을 올려주시는 분. 이 분 글들은 따로 모아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more

Commented at 2008/04/17 00: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kamagui at 2008/04/17 07:58
와~ 마라톤도 하시나봐요? 대단하십니다. ^^
"선배의 조언이 일정 지점까지만 유용할 뿐이다"라는 말에 상당히 공감합니다. 물어서 얻은 지식은 그 당시에는 내 것인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 잊혀지더군요. ^;;; 결국 자신이 한번 더 소화를 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Commented by Roland at 2008/04/17 09:38
훌륭한 글 잘 보았습니다.
글을 참 잘쓰십니다^^..
Commented by loondark at 2008/04/17 10:10
인생하고 비슷하네요.
처음에는 부모에게 의존하며 편하게 살지만,
(선배나 책에서 알려준 지식을 토대로 쑥쑥 성장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야 하잖아요.
(선배도 책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문제와 지식이 있음을 알고 혼자 배워가는 단계)
Commented by 아치븐 at 2008/04/17 22:42
저도 마라톤을 합니다..
마라톤 참 좋은 운동입니다..ㅎ1ㅎ1
달리면 몸도 좋아지고, 머리도 멍~~한게 뽕맞은 느낌입니다..ㅋㅋ
오늘도 헬스장에서 30분 달리고 왔더랬죠..ㅋ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4/18 00:29
비공개님// 으음… 저는 잘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아주 잘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그 동안의 느낌을 본다면 (꽤 오래되었죠? ㅎㅎ) 상당히 훌륭한 분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죠. 그런 분들은 조금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반드시 좋은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죠. 가끔씩 운도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좋은 인연에 도달하게 될 것 같아요.

kkamagui님// 마라톤 초보라고 보면 맞습니다. 하하. 역시, 말씀을 하시는 것 보니 마음자세가 올바르신 True 엔지니어이신 것 같네요. 쑥쑥 성장하실 것 같은 미래가 보이는 군요. 화이팅입니다.

Roland님//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요.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8/04/18 00:29
loondark님// 맞아요. 그런 것 같네요. loondark님에게는 늘 철학의 기운이 흘러서 좋습니다.

아치븐님// 아이디가 왠지 익숙하네요. 왜 그럴까요 ^^ 마라톤을 좋아하시는 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마라톤을 좋아한다고 오해를 받곤 합니다. 하하. 뛰는 것 자체를 즐기시는 아치븐님이 부럽군요. 아직 멀었나 봅니다. 한 수 가르침을 배우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대회도 나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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