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07일
잘해줘도 소용없구나...

얼마 전에 우연하게 아주 훌륭한 H사장님을 만나 뵌 적이 있었습니다.
100여명 정도의 소프트웨어 하우스를 꾸려나가고 계시는데,
10년 동안의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분들이 참 많이 계시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말씀해주신 이런 저런 것들은 우리 팀에도 적용 해봐야겠다'라는 마음도 먹었습니다.
근데, 그 분을 만난 지 며칠이 지나도록,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H사장님 역시 대단하시네요.
그러면 혹시, 그 동안 제일 힘들었던 일은 어떤 것이 있으셨는지요?"
"제일 힘든 건... 사람이 회사를 떠나는 거죠.
직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는데, 떠날 사람은 때가 되면 떠나는 것 같아요.
동호회 활동 한다고 지원도 해주고,
매년 한번씩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회사 힘닿는 대로 연봉도 많이 주고 그랬는데,
떠나겠다고 하면 허탈하죠.
'잘해줘도 소용없구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한편으로는 회사 입장에서 그런 비용들이 아깝기도 하고요.
요즈음은 그런 부분은 많이 포기한 것 같아요. 허허"
아마도 제가 뭔가 커다란 대답을 기대하고 있던 터라 그랬나 봅니다.
제 질문이 이어집니다.
"창업 멤버 6명 중에, 남아 계시는 2분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요."
"글쎄요. 그 친구들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그런 친구들이거든요."
10년이라면 인생에서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 제 생각을 다른 곳으로 이어갑니다."
"그 동안 내 주위의 사람들은 어째서 일터를 떠나게 됐었지?"
N은 입사 일주일 만에 일이 너무 힘들다고 떠났습니다.
H는 입사 한 달 만에 다른 더 좋은 회사에 (H생각에) 합격을 해서 이동을 했습니다.
W는 입사 석 달 만에 자신의 요구들을 (조금 무리했던) 들어 주지 않는다고 그만두었습니다.
S는 기업공개 후, 다른 공개예정인 기업을 찾아 옮겼습니다. 또 주식 받으려고요.
E는 자신의 1년간 유학준비를 하기 위해 입사를 했고, 유학을 위해 1년 뒤에 떠났습니다.
'아니, 이런 친구들 말고, 정말 자신의 일을 좋아했는데 떠났던 친구들 말이야'
L은 엔지니어 성격이 강하다 보니, 인간관계의 미숙함 때문에
새로운 팀장, 팀원들과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만 해도 되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I는 자신이 발전 없이 정체되어 있다는 사실을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더 도전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G는 두 가지 이유였죠. 혼자 모든 일을 하다 보니,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가 되 버렸고,
정치적인 미숙함으로 사내 정치의 피해자였죠. 그래서, 좀 쉬기 위해서 떠났습니다.
Y는 다른 분야에 자신의 미래가 더 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야로 떠났습니다.
T는 언제까지 엔지니어를 할 수 없다고 불안해 했습니다.
그래서, 월급은 더 적지만 향후에 안정적인 학교로 떠났습니다.
D는 자신의 일터가 조금씩 허물어 지는 모습을 차마 지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그곳을 먼저 떠났습니다.
K는 지금 보다 훨씬 더 좋은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곳을 만들기 위해 떠났습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만 보면, 이분들은 꼭 남아계셔야 하는 분들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과, 또 사람들과 헤어짐을, 힘겹게 결심했던 분들입니다.
아마도, 이 힘겨움이 H사장님이 들려주셨던
'잘해줘도 소용없구나...' 하는 말씀에서
무언가 빠져있다는 공허함을 느끼게 한 부분인가 봅니다.
참 어렵습니다. 하하.
# by | 2008/01/07 00:21 | 메인스토리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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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썬 예상 밖입니다, 저렇게 다양한 이유로 ;;
예가 너무 예리하고 다양해서 벗어날 수가 없는걸요?
인간답게사는기린님// 아이디가 참 독특하시네요 ^^ 뭔가 즐거운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기린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실수를 하고 있죠. 하지만, H사장님의 경우에는 그런 상황하고는 조금 달라서 제가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오히려, 사원입장에서 잘해주시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나르샤님// 그럼요. 학교 졸업하시고 사회에 나가시게 되면, 이것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하시겠죠. 그래도 나르샤님은 참 잘해내실 것 같습니다.
퍼플님// 제가 아직은 잘 알지 못하지만, 퍼플은 참 지혜로우신 분 같습니다. 제가 느꼈던 감정을 정확히 짚어주셨으니까요. 놀랍네요.
경영자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아닌 정도로 취급될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아주 힘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직을 결심할 정도로요..)
구루마루님// 고뇌가 느껴지네요. 그러면서도 일터에 대한 애정 또한 느껴지는 것 같고요. 사실 5년째면 고민이 많이 생기는 때인 것 같습니다. 역할도 조금씩 바뀌게 되는 시기기도 하고요.
민물토끼님// 지금 글을 읽어 봤는데요.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보입니다.
H사장님과는 전혀 다른 상황인 것 같고요.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답글로...
너무 나만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해주는 E님의 사례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생각해주는 L님의 사례, 그리고 경영자로서의 고민을 알려주는 H 사장님의 사례까지...
요새 고민하고 있던게 있었는데, 푸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Flow님// 요즘 첫 시작을 하셔서 생각이 많으실 때죠. 그만큼 성장하시리라고 생각됩니다. 즐거운 생각 되시면 좋겠네요. 겨울이 너무 따뜻해요.
기본적으로 준다는 것에 이유가 있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충분히 준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남지 않는 법이니까요.
사람사이의 일은 비슷한가봅니다.
연인간이나, 친구간이나, 가족간이나, 근본은 똑 같은 것 같아요.
충분히 주면, 아쉬움은 남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