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9월 10일
무료 음료수와 스낵

(저희 팀 자랑입니다)
T사의 김팀장님이 오랜만에 저희 팀을 방문하셨습니다.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시면서, 제일 먼저 꺼내는 말씀이 '과자 이야기' 입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음료수도 놓고, 과자도 놓고 해봤는데..., 실패했어요."
"앗, 그걸 시도해 보셨어요?"
"네, 좋은 것 같아서 해봤는데, 한 1주일 하고 포기했어요."
"뭐가 문제였길래?"
"아, 과자를 사놨는데 조금을 사던, 한 박스를 사던, 하루 만에 다 없어지는 거예요."
"하하, 워낙 먹성들이 좋으셔서 그렇죠."
"그러게요."
"저희는 음료수는 소비가 되는데, 과자는 별로 인기가 없어요."
"저희 팀원들도 좀 그래야 되는데 답답합니다. 어쨌든 포기했습니다."
"포기하셨다니 아쉽네요. 제가 보드게임 이야기 하나 해드리죠."
"보드게임요?"
"몇 달 전에 보드게임 5개를 샀습니다.
집에 가져가서 가족들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그런 의도였죠."
"오 좋네요."
"금요일에 가져가서 다음주 금요일에 반납하는 방식인데,
회사에서 보드 게임을 구경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누군가가 반납하면, 즉시 다른 사람이 가져갔으니까요."
"역시, 인기가 좋았군요"
"그래서 큰 맘먹고 5개를 더 샀죠. 팀원이 8명이니 그 정도는 되어야겠다 하고요"
"잘하셨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기더군요.
처음에는 1,2개 정도가 회사에 남아있더니,
시간이 흐를 수록 남아 있는 보드 게임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보드게임이 반납되어도, 즉시 가져가는 일은 보기 힘들어 졌고,
요즘은 거의 회사에 남아 있습니다."
"희한하네요."
"저도 보드게임을 집에 빌려가는 입장이라, 왜 그런가 생각을 해봤더니,
처음에는 남는 것이 없어서, 빨리 행동해야 했지만,
나중에는 늘 여유분이 있기 때문에,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던 것 같아요.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었거든요.
아마도, 충분하게 소유한 것에는 관심이 떨어지는가 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하"
"역시 김팀장님은 이해력이 빠르십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MT가서도 맥주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으면, 왠지 끌리지 않아요.
그런데, 몇 병 없으면 갑자기 마구 먹고 싶어지죠.
없으면 먹고 싶고, 많으면 먹기 싫고... 참 변덕스럽습니다."
"네, 김팀장님 말씀대로, 심리라는 것이 그런 것 같아요.
음료수나 스낵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특이한 것같이 보이지만,
언제나 충분하게 제공된다는 믿음이 생기면,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되는 거죠.
사실 지금도 많은 회사에서 커피믹스나 녹차는 무료로 무제한 제공되지만,
미친 듯이 먹어 치우거나, 집에 싸 들고 가는 사람은 없자나요."
"커피믹스, 녹차... 그러네요. 하하"
"그나저나,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마음가짐' 이라 생각합니다.
음료수나 과자를 제공하는 것은,
팀원들을 더 풍요롭게 만들거나,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함이죠.
따라서,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음료수를 적게 마시게 할까?'
혹은 '어떻게 하면 과자 값을 줄일까?' 라고 궁리하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 같아요.
결국, 이것 또한 팀원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김팀장님이시라면 잘 하실 수 있는 부분이죠."
"하하, 그런가요."
# by | 2007/09/10 01:14 | 작은이야기들 | 트랙백 | 핑백(2)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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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중에 개발자가 되겠지만,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아는 사장님 한분은
밥값 오백원 아끼려고 직원들 들들 볶아서
업계에 소문은 소문대로 다나고 인심은 다 잃고..
그분 보면서 참 안타깝다 싶더라고요. 소탐대실이 이런거구나.
그나저나 리더의 입장에서 불필요하게 새는 돈과
불필요하게 새는 시간을 잘 잡아나가는것도 참 중요한 덕목인데
새어 나가는 자원을 잡는 것도 목표를 잘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분하게 제공되는 것들을 기본으로 하여
정말 중요한것을 잘 챙기는것.
리더란 정말 알아야 할것과 마음 써야 할 곳이 너무 많은거군요.
비교적 풍족하게 주변 상황을 갖춰 주시는 많은 리더분들이
새삼 훌륭해 보입니다.
에헤헷, 저희 보쓰도 그런 면에서 제임스님이랑 비슷하셔서 다행이에요.
^^;;
인재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데도 그걸 이해못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눈에 보이는 것만 따라가다보면 남는게 없는데도 말이죠.
꾸준히 지속적으로 구입해서 납품업체로부터 원가절감을 하는게 아닐런지 -_-;;
폭주무면허님// 아이디가 흥미롭네요. 고맙습니다.
grokker님// 맞습니다. 이럴 것 같은데 실행해보면 의도하고는 다르게 가는 경우가 많죠. 정말 천재가 아니면, 모두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SweetCorn님// 네, 고맙습니다. Wii 프로젝트 무척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구라마왕님// 구라마왕님은 그러실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도 따뜻하실 것 같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따뜻한 마음과 더불어, 냉철한 머리를 유지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chung님// 하하, 그러고 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생각나네요. 그나저나, 따님이 너무 귀엽습니다. 따님을 위해서라도 건강음료 위주로 드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검소도 중요하고, 풍요로움도 중요하고, 팀도 중요하고, 개인도 중요하고,
비평은 하나씩만 보면 되지만, 리딩이란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Paromix님// 이런~ 파로믹스님, 화이팅은 T사의 김팀장님께… 하하 ^^
승우님// 승우님이 갈만한 회사라면, 대부분이 그런 회사 일 것 같은데, 어머님이 왜 붙잡으실까요?
미병님// 네, 균형을 잡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말은 유안이와 잘 보내셨는지요?
제루님// 감사합니다. 사진이 감각적이신데요.
극약님// 하하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극약(?) 처방이네요 ^^
lee님// 네, 그것도 걱정되는 한 포인트죠. 쉬운 것이 없습니다.
웅이님//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할 때는 스낵이 방해가 되지만, 설계같이 집중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는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는 끈기를 주기도 하죠. 사장님은 집중하는 능력이 좋으신가 봅니다. 부럽네요.
저희 회사도 먹을꺼 잔뜩 있으면 좋을텐데;;;ㅠ
지도자는 당장 눈앞의 손실보다 좀 더 멀리 봐야 하기 때문에 어렵지만, 그만큼 동료에 대한 애정도 커야 한다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겠어요^^
아내던, 가족이던, 팀원이던 말이죠.
달바람님// 그것이 시작이고, 그것이 또 끝인 것 같습니다.
wizmusa님//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죠.
그걸 인식하고 적을 수 있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행동 자체가 자신의 생각을 구속하기도 하니까요.
그냥 느낌으로 아는 것을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아기와 함께한 사진이 제가 아는 누구를 떠올리게해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