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다가, 걷다가, 달립니다

몇 달은 안되었지만, 블로그를 하면서 (주로 읽으면서) 그 동안 접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상당히 기분이 좋습니다.  소프트웨어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모두들 상당히 민감하고, 또 민첩하게 적응한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고 이만큼 기민하게 적응하는 사람들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의 뛰어난 능력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 하는 부분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단 한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은, 우리가 이야기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대부분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의 기술을 어떻게 잘 사용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기술을 잘 사용하는 '사용자'라는 것이죠.  이것은 훌륭한 능력임에 틀림없으나,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한겹 한겹 쌓는 것이라, 쌓을 수 있는 한겹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기다가, 걷다가, 달립니다" 라는 이야기는 짐콜린스의 Good to Great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긴데요.  신기술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을 급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뛰는 것이죠), 기존에 있는 기업의 내부 시스템과 어떤 식으로 연결을 할까 충분히 고민한 다음에, 실천하는 것이, 길게 보면 더 빠르다는 이야기 입니다.

두 기업이 있습니다.  한 기업은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하여 앞서갑니다.  매우 성공적입니다.
다른 기업은, 신기술이 나오면 적용하기 전에 기업의 내부 시스템에 Integrate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합니다.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기는 기간이죠.  경쟁자들은 앞서갑니다.
기업 시스템 integration이 진행되면서 걷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경쟁자들이 앞서갑니다.
Integration이 비로소 완성되면, 달립니다.  그리고 경쟁자를 앞서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유럽의 전문가들이 아직도, DOS prompt상에서 compile을 한다는 사실을 접했습니다.  IDE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유럽 친구들도 대단히 똑똑해서 IDE를 Master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제 상상을 이야기 해보면, 아마도 Automation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IDE는 하나의 특정 domain상에서 잘 integration이 되어 사용하기 쉽지만, 내부 시스템과 묶는 작업을 수행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실제로 유사한 일을 해보면, IDE가 가지고 있는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게 됩니다.  처음은 쉬워 보이지만, 조금만 길게 보면 더 어려운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처음은 더 어렵고, IDE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하나씩 직접 구현을 해야 되지만, 내부 시스템과 연결하는 작업으로 보면, 넘어야 될 기술적인 어려움이 훨씬 줄어들게 되는 DOS prompt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는 비로소 달리게 됩니다.  부럽고 존경스러운 부분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남이 만든 기술 기반 위에서, 남이 만든 Tool을 가지고, 경쟁을 한다면, 우리가 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새로운 것을 더 빨리 받아 들이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것.  또 뭐가 있을까요?

반면, 남이 만든 기술 기반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만든 Tool 혹은 시스템을 가지고 경쟁을 한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이유가 한 두 개쯤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우선 우리의 내부 시스템이라는 것을 마련해야 되겠군요. 

당신에게 있어, 우리에게 있어, 이것이 뭔가요?

 

by 제임스 | 2007/04/09 01:31 | 작은이야기들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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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tone at 2007/04/09 13:08
헛! good to great 가 요즘 자주 등장하네요?
'기다가 걷다가 달리기 위해서는' 집중력과 일관된 노력이 필수지요.
말씀하셨드시, 이룰 수만 있다면 그자체가 경쟁력이 될꺼구요.
안타깝게도, 제 주위에는 모두 하루사리들 밖에 없네요.
아마도 개념은 단순하지만 이루기는 어려워서이겠죠?
Commented by 카페모카 at 2007/04/09 22:51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옆에 망치가 있는데 돌로 못질하는걸보고..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 '원 . 시 . 인'!!
저도 애용하는 vi 편집기를 위에서 말하는 '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훌륭한 망치'입니다. 왜냐하면 코딩속도가 다른 어떤 편집기 보다 월등히 빠르거든요.. 도스 프롬프트도 나름대로 판단에의해 사용하게 아닐까요?
Commented by loondark at 2007/04/10 11:36
저의 경우 VC -> 'GCC/MinGW + DOS prompt' 로 이동한 이유는 너무 편리해서입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우리가 다할테니 너는 아무것도 몰라도되" 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때문입니다. 편리함을 버리고 무식하게 일일이 해본뒤 편리함을 추구해도 늦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7/04/11 09:30
stone님// 앗. 하하 good to great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사용한 것 같은데요? 게다가 2번째 인용일 뿐이고. 제가 틀렸을 수도 하하.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과 비전도 중요하지만, 기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와 용기가 부럽습니다.

카페모카님// 그런것 같죠? 저도 상상만 하는지라. ^^ 그나저나 '돌' 이라는 것이 위의 stone님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죠? 하하 카페모카님은 high level이라 vi 안 쓰실 것 같았는데 제가 틀렸군요. 이런~

loondark님// loondark님 다운 말씀이십니다. 위의 카페모카님은 Top-down 스타일이시고, loondark님은 Bottom-up 스타일이시거든요. 두 분다 제가 존경하는 분이고 부러워하는 분인데, 단순함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네요. 좋아요.
Commented by Paromix at 2007/04/11 23:46
제 생각에는 먼저 달리기 시작하는 것과 천천히 걷가다 달리는 것은 비슷할것 같은 느낌이에요. 중요한건 뒤로 가거나 멈추지 않는것 아닐까요.?^^ 결국 계속 달릴 수만은 없으니 말이에요. 중요한건 페이스 조절이라는 말씀이시죠.??^^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7/04/12 18:55
앗, 제가 글을 엉터리로 썼나 보군요. ^^
페이스 조절이 아니고요.
기업의 기초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혹은 자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 및 확장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이런걸 다 갖추면서 가면 처음에는 아주 느리다는....
Commented by Paromix at 2007/04/12 23:50
아하.^^ 제가 엉터리로 이해했어요.^^ 죄송죄송. 달리기 이야기에 너무 빠져들었었나봐요. 하하하핫;;
제임스님 댓글보고 다시한번 천천히 읽어보니 알것 같아요.^^
Commented by 알케오니아 at 2007/04/14 11:55
안녕하세요. 지인의 블로그를 통해서 건너왔는데 너무나 좋은 글이 많아서 이렇게 링크신고합니다. 앞으로 자주 들릴께요 ^^
Commented by Erik at 2007/04/14 13:51
차나두고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려보신적이 있다면 아마도 그 느낌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가고 늦게가고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삶의 여유를 가집시다. 이러나 저러나 시간으 무지 빨리갑니다. ^^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7/04/16 00:52
Paromix님// 네, 제 글 솜씨가 부족해서 너무 어렵게 썼나 봅니다.

알케오니아님// 네, 감사합니다. 오늘 벚꽃이 너무 좋네요.

Erik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 부러운데요. 하늘은 한번씩 보고 계신거죠?
Commented by 저공비행사 at 2007/04/22 14:13
불안심리라고 하는게 맞겠어요.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사용자들에게 비춰지는 심리랄까요. 남들과 맞춰가지 않으면, 마치 도태되버리는식의 마음이 더욱 그런 마음을 발길질 하는것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소신이 있으면, 어느것도 두렵지 않겠지요?
제임스님 말씀들으니, 모든것을 다 적용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한가지라도 잘 적용하면, 느리더라도 나중에는 안정성에서도 큰 효과를 얻게 될것이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7/04/22 22:19
네, 샤린님이 추천해주신, '스키너의 심리학 상자열기'가 생각나네요.
자신과의 심리적인 게임이 아닐까 하는... ^^
Commented by 희민 at 2007/04/25 08:16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이용하기 보다는 우리것을 발전 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을 뛰어 넘을 수 없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컴퓨터관련 대부분의 지식들이 영어로 적혀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전문 용어도 모두 영어라는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비단 컴퓨터 분야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분야가 현재 그런 상태이고 앞으로 더 심각해 질 것 같아서 걱정인데 제임스님은 이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Commented by 제임스 at 2007/04/25 19:32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어가 컴퓨터 산업에 약간의 방해는 되겠지만, 큰 방해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뛰어 넘겠다는 의지나 자신감이 더 큰 장애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죠. 가벼운 포스팅으로 제 의견을 한번 정리해보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희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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